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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22일
5분 소요

회계사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만큼 성공한다 — AI 코딩에서 값이 오른 건 도메인 전문성이다

Anthropic이 Claude Code 세션 40만 건을 까보니, 코딩 작업의 성공률이 직업에 거의 좌우되지 않았다. 회계사도, 변호사도, 관리자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몇 %포인트 안에 붙는다. 대신 성공을 가른 건 '그 문제를 얼마나 아느냐'였다. 전문가는 한 번의 지시로 에이전트를 더 멀리 풀어 놓고, 일이 꼬여도 덜 포기한다. 같은 신호가 바깥에서도 보인다 — 사람 쪽에선 도메인 전문가가 빌더가 되고, 모델 쪽에선 버티컬 특화 모델이 범용을 이긴다. 코딩이라는 진입장벽이 무너진 자리에 드러난 건 결국 도메인을 아느냐는 질문이다.

Python을 한 줄도 써 본 적 없는 회계사가 정산 스크립트를 만든다. 그런데 이 사람은 월말 마감 때 스크립트가 어떤 예외를 잘못 처리하는지, 어떤 정산 규칙을 강제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옆자리의 시니어 엔지니어는 처음 만지는 Rust 앞에서 “이거 왜 컴파일이 안 되지”부터 묻는다. 둘 중 누가 에이전트를 더 잘 부릴까.

직관과 다르게, 답은 직책이 아니다. Anthropic이 6월 16일 발표한 연구가 이 질문을 데이터로 들여다봤다. 2025년 10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약 23.5만 명이 만든 Claude Code 세션 40만 건. 결론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 코딩 에이전트는 도메인 전문성을 대체하지 않는다. 작업자가 더 많은 이해를 가져올수록 에이전트가 더 많은 양질의 작업을 해낸다.

코딩 배경이 거의 상관없다는 데이터

가장 눈에 띄는 발견부터. 코드를 생성한 세션만 추려 검증 가능한 증거(테스트 통과, 커밋, 명시적 확인)로 성공을 따져봤더니, 거의 모든 직군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7%포인트 안에 붙었다.

직군검증된 성공적어도 부분 성공
컴퓨터·수학(소프트웨어)34%94%
관리(Management)37%95%
법률33%95%
비즈니스·재무29%93%
의료28%93%
영업28%92%

가장 느슨한 기준으로 보면 모든 직군이 9295%로 사실상 차이가 없고, 가장 엄격한 기준에서도 2737%의 좁은 범위 안에 다 들어온다. 심지어 관리 직군이 검증된 성공률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근소하게 앞선다. 한때 엔지니어의 전유물이던 구현 작업을 에이전트가 흡수하면서, 코딩 배경이라는 자격증의 값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성은 직책이 아니라 과제별이다

그럼 무엇이 성공을 가르나. 연구진이 만든 분류기는 각 세션에서 사용자가 보인 전문성을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5점으로 매겼는데, 여기서 말하는 전문성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것과 다르다. 코딩 실력도, 직책도 아니다. 풀려는 문제를 얼마나 깊이 아느냐다.

그래서 이 전문성은 과제별로 따로 논다. 처음 Rust를 묻는 시니어 엔지니어는 그 순간 Rust에 대해서는 초보고, 앞의 회계사는 정산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다. 분류기는 세 가지 신호를 본다. 얼마나 정밀하게 지시하는지, 무엇을 검증해 달라고 하는지, 그리고 사용자가 에이전트를 교정하는 쪽인지 아니면 반대로 교정당하는 쪽인지.

초보의 프롬프트는 도메인 지식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데이터 분석해서 차트로 만들어 줄 수 있어?” 정도다. 전문가의 프롬프트는 약점을 정밀하게 겨눈다. “관리형 슬롯과 비관리형 슬롯을 나눠서 하드 리프레시 주기를 낮춰야 할 수도 있어. 관리형은 30분, 나머지는 하루 한 번이면 돼.” 같은 식이다.

사람은 무엇을, 에이전트는 어떻게

전형적인 세션의 분업은 또렷하다. 평균적으로 사람은 계획 결정(무엇을 할지)의 약 70%를 내리지만, 실행 결정(어떻게 할지)은 약 20%만 내린다. 나머지 80%의 실행은 에이전트 몫이다. 사람은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에이전트는 어떻게 만들지 정한다.

전문성은 이 분업의 폭을 키운다. 전형적인 초보 세션에서는 프롬프트 하나가 에이전트 행동 약 5개와 출력 600단어를 부른다. 전문가 세션에서는 그 두 배가 넘는 약 12개의 행동과 다섯 배인 3,200단어가 따라온다. 작업 종류·가치·직업·모델을 다 통제한 회귀에서도 전문성 한 단계가 오를 때마다 행동은 9%, 출력은 13% 늘었다(p < 0.001). 무엇을 검증해야 하고 어디에 함정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에이전트를 더 길게 풀어 놓아도 결과를 믿고 다룰 수 있다.

일이 꼬일 때 진짜로 갈린다

전문성의 값은 일이 순조로울 때보다 막혔을 때 분명해진다. 오류가 나고 테스트가 깨지고 같은 시도를 반복하며 세션이 곤경에 빠졌을 때, 거기서 검증된 성공까지 끌고 가는 비율은 초보 4%에서 전문가 15%로 올라간다. 반대 방향은 더 극적이다. 세션이 실패하고 코드가 한 줄도 안 남은 채 사용자가 “됐어”를 치고 떠나는 포기 세션의 비율이, 초보는 19%인데 나머지는 5~7%에 그친다.

경험이 가장 적은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못 얻을 때 가장 쉽게 손을 놓는다. 전문성의 일부는 결국 에이전트를 올바른 방향으로 조종해내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단서를 단다. 전문가는 애초에 덜 막히므로, 그들이 겪는 곤경은 더 어려운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회복률 격차의 일부는 “초보는 흔한 문제에서 막히고 전문가는 어려운 난제에서 막힌다”를 반영한다.)

같은 신호가 바깥에서도 보인다

흥미로운 건 이게 Anthropic 혼자만의 관찰이 아니라는 점이다. Stack Overflow는 3월에 「도메인 전문성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분석을 냈고, 한 에세이스트는 제목부터 「AI는 도메인 전문성을 대체하지 않는다. 그걸 가질 이유를 더 키운다」로 같은 자리를 짚는다.

투자자 쪽 언어로는 “해자가 옮겨갔다(The Moat Just Moved)“는 표현이 돈다. 비기술자가 구현 결정에 의미 있게 끼어들 수 있게 되면서, 엔지니어를 지켜주던 기술적 해자가 좁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신 도메인 지식이 새 해자가 된다 — 문서에 안 적힌 예외, 내부자만 아는 데이터 조합 방식, 몇 년을 굴러야 쌓이는 업무의 결. 이런 건 모델 제공자가 기능으로 출시할 수 없다.

모델도 도메인으로 간다

재밌는 대칭이 하나 있다. 사람 쪽에서 도메인이 자산이 되는 동안, 모델 쪽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2026년의 화두 중 하나는 “범용 LLM 하이프의 끝”이다. 7~13B짜리 작은 모델이 파인튜닝 한 번이면 거대 범용 모델을 도메인 과제에서 능가하고, Harvey(법률)·Hippocratic(의료)·Sierra(고객 응대) 같은 버티컬 AI 에이전트가 4,500억 달러 규모의 버티컬 SaaS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니까 “도메인 전문성”은 두 층위에서 동시에 값이 오르는 중이다. 누가 에이전트를 잘 시키느냐(사람의 도메인 판단)와 어떤 모델이 그 도메인에서 이기느냐(모델의 도메인 특화). 범용 능력이 흔해질수록, 차별화는 특정 영역을 깊이 아는 데서 나온다.

결국 다시 판단으로

이 그림은 전에 「병목은 이미 판단으로 옮겨갔다」에서 한 얘기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코드를 쓰는 일이 거의 공짜가 되면, 남는 건 무엇을 왜 만들지를 정하고 결과가 맞는지 가려내는 일이다. Anthropic의 데이터는 그 추측에 숫자를 붙여준 셈이다.

한 가지 더 새겨둘 건, 이득의 대부분이 깊은 숙달이 아니라 작동 수준의 이해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초보에서 중급으로 갈 때 성공률이 크게 뛰고, 중급에서 전문가로 가는 기울기는 완만하다. 어떤 분야든 자기가 풀려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이전엔 못 하던 기술 작업을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그 이해가 없으면 같은 도구에서 훨씬 적은 걸 얻는다.

Anthropic은 보고서를 “코딩은 선도 사례다”로 닫는다. 에이전트가 가장 먼저 깊숙이 들어온 분야가 코딩일 뿐, 같은 역학은 다른 지식 노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코딩에서 일어나는 일은 예고편이다. 도구가 구현을 흡수할수록, 값이 오르는 건 도구를 쥔 손이 아니라 그 손이 무엇을 아느냐다.